[목차]
제1부 가끔은 우동에게 미안하다
손톱을 깎으며
손톱을 깎은 다음에
목 놓아 외치니 사춘기가 지나더라
개 짖는 밤 오줌을 누며
술 취한 낭독자
비가 온다
봄날의 오리
시원하게 등 긁기
야수파의 붓질
수업 시간에 소설책 읽기
1등급 대화
비속어 감염
가끔은 우동에게 미안하다
치킨과 통닭
석고는 한번 붙여 봐야지
짬뽕과 짜장 사이

제2부 마음이 따뜻해진 한마디
편지를 받다
답장을 하다
마음이 따뜻해진 한마디
교실에서 참새와 사흘 동안
빛의 속도
시옷
엉덩이와 공
18세
둘 다 땡땡이
폼 잡고 삭발
가방은 대체로 비어 있다
아저씨 화법
옥상에서 겨울잠
눈물의 호우주의보
재활용품 감상평

제3부 여름에 자는 겨울잠

산책길 졸음
여름에 자는 겨울잠
깨진 유리창을 보다
오줌보 터지기 직전까지 잠
이별 연습
양배추와 행주
새벽 3시의 거실
젖은 김밥과 마른 김밥
축구공은 무죄
포카리스웨트 마시는 법
여름 선풍기
가을 선풍기
준비만 3년째
앨범을 들추며

제4부 면접시험 보러 가는 날
시간차 공격
채우니 비우더라
구멍가게에 가는 이유
가습기 살균제
10년째 청소 중
눈 오는 날
핏빛
...

[출판사 서평]
“열아홉 살 아이와 눈을 마주한다.”
아빠와 아들이 서로를 쓰다듬는 응원가

시인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는 아들을 차에 실어 교문 앞에 내려 줄 때마다 아들의 생활에 한 발짝씩 다가갔다. 아들의 고등학교 생활, 아들과 나눴던 시시콜콜한 대화, 아들에게 들은 친구들 이야기는 그렇게 시가 되었다.
『나는 고딩 아빠다』에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고딩을 보는 아빠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시가 많다. 그 솔직함 때문에 이 시집은 마치 ‘청소년 관찰 일지’를 보는 것 같다. 행간에 숨은 관찰자의 나지막한 탄식과 불만, 걱정은 덤이다. 청소년과 부모 모두 각자의 마음으로 함께 읽을 수 있는 시집인 셈이다. 한편, 이 시집의 마지막에는 시인의 아들이 쓴 발문이 있다. 자기 이야기를 쓴 아빠의 시를 읽은 아들의 가감 없는 평은 이 시집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아빠는 나에게 불량 식품 같은 느낌이다.”
고딩 아들과 아빠, 맛있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시

아빠는 아들에게 불량 식품처럼 다가간다. 술에 취해 아들에게 동화를 읽어 줄 때(「술 취한 낭독자」, 18~19쪽)도 그랬고, 아들과 함께 노상 방뇨를 했을 때도 그랬다(「개 짖는 밤 오줌을 누며」, 16~17쪽). 아빠는 아들에게 수업 시간에 들키지 않고 소설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하고(「수업 시간에 소설책 읽기」, 28~29쪽), 자신을 빼닮은 아들의 얼굴을 보며 당황하기도 한다(「야수파의 붓질」, 26~27쪽). 아빠와 아들이 그려내는 평범한 듯 자극적인 일상은 이 시집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앞으로 1년간
오리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들이
폭탄선언을 한 것은
개나리가 학교 담장을 감싸 안은
고3의 봄날
야간 자습 땡땡이치고
PC방에 갔다가
선생에게 걸려
오리걸음 벌을 받고 돌아온 날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내가 오리고기를 먹으면 아빠 아들이 아니야

열흘이 지나지 않아
훈제오리를 먹고
아들이 아닌 행세를 하느라
아비를 아비라 하지 않고
아저씨라 불렀다
― 「봄날의 오리」 전문(22~23쪽)

등을 긁는 수염이
죽비라도 된다면
마당을 쓰는 늙어 가는 빗자루가 된다면
수염이나 등이나
서로가 기대는 건 마찬가지다
수염이 등에 닿는 순간
소리를 지르는 걸
나는 감격의 탄성이라 말하고
...